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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판결, 변신 (프란츠 카프카, 더클래식)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하다.

1883년 프라하 태생인 그는 독일계 유대인이자 부유한 아버지의 엄격한 가정에서 자라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상당히 폭력적이었다고 한다.

 

그런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온 카프카는 자신의 의지와 표현의사를 억누르면서 쌓아온 내면의 갈등을 글로 풀어냈다고 하니(작품해설 중 발췌) 그의 삶이 얼마나 우울했는지는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처음 카프카를 대했을때의 느낌은 우울함과 고독, 그리고 무엇가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몸부림(?)이었다. 그의 단편소설을 읽는 내내 100년전의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기이하게 느껴졌고,

심지어는 현재의 상황을 반영한 듯한 심리적 묘사는 적잖은 놀람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더클래식에서 출간한 변신에는 <판결>을 비롯한 <변신>,<시골 의사>,<갑작스러운 산책>,<옷>,<원형극장의 관람석에서>,<오래된 기록>,<법 앞에서>,<학술원에서의 보고>등 총 9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져있다.

 

<판결>

카프카의 자서전적 요소가 담긴 <판결>에서는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아버지부터

핍박당하며 살던 아들, 게오르크가 아버지로부터 익사형 판결을 받아 자살한다는 내용이

그려지고 있는데, 아버지로부터 느꼈던 각종 억압으로부터의 심리적 탈출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판결>을 처음 접했을 때의 결말에 대한 느낌은 지금도 상당히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너 자신 외에 뭐가 남아 있는지 이제야 알겠지. 지금까지 너는 단지 너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이었잖아! 넌 원래 순수한 아이였지. 하지만 사실 넌 본래 악마와 같은 인간이었어! 그리고 알고 있거라. 지금 내가 너에게 익사할 것을 판결하노라!"(p36)

 

<변신>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서 침대에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이 거대한 벌레로 변신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라는 유명한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변신>은 당시에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었을 것이다.

 

마치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도발적인 첫 문장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변신> 속의 그레고르 잠자는 가족을 위해 너무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음에도 어느 날, 흉측한 벌레로 변하면서부터 가족들의 변심과 주변 상황으로부터의 소외감, 고독감을 느끼며 홀로 외로인 죽음에 이른다.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신했을 때 (지극히 일반론적으로 볼 때 부모님이 더욱 괴로워하고,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하에) 아버지와 어머니보다 여동생이 그레고르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면에서 부모님에 대한 카프카의 생각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참으로 무심하다. 그나마 부성애보다 모성애인가보다. 어머니의 적극성이 좀 더 묘사되고 있으니....

 

" 우리가 가구를 없앤다면 그애 건강이 호전되리라는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그 아이를 그냥 방치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우리가 방을 원래 있었던 상태로 유지하는게 최선일 것 같아. 왜냐하면 그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면,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있어야 그 사이에 있었던 악몽을 더 쉽게 잊을 수 있잖아."

 

어머니의 이러한 말을 들으면서 그레고르는 두 달정도의 변신 기간 때문에 가족 내에서 단조로운 삶을 살고, 모든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부족해서 이해력이 떨어졌음을 알아차렸다. (중략) 어떠한 것도 없어져서는 안 되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 있어야만 했다. (p119)

 

이러한 <변신>은 궁극적으로 벌레를 통해 형상화한 인간 사회의 소외와 고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무려 100년전부터....

여전히 유효한 그의 메시지가 <변신>이란 소설을 더욱 값지게 한다. 괜히 고전이 아닌가보다.

 

[Yes24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