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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함께살자, 함께!' 공지영의 <의자놀이>


의자놀이

저자
공지영 지음
출판사
휴머니스트 | 2012-08-1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공지영이 이야기하는 또 다른 도가니!《도가니》, 《우리들의 행복...
가격비교

 남편은 무급휴직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남편은 평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났으나 갈 곳이 없었다. (중략) 그날 서미영씨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일찍 들어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평소에 말수가 적던 아내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하자 임성준 씨는 서둘로 집을 돌아왔다.

 아내는 평범하게 그를 맞았다. (중략) 약간 겸연쩍어진 임성준 씨는 옷을 갈아입으러 안방으로 들어갔

 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서미영 씨는 무심한 걸음걸이로 베란다로 다가가 문

 을 열고 그대로 앞으로 나갔다.

-의자놀이 13번째의 죽음 중에서... p19- 

 

소름이 끼쳤다. 가슴이 너무 아팠으며 잠시동안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다. 넘긴 순간 또다른 아픔과 충격이 나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약 1년 후에 임성주 씨는 방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두 남매만을 남겨놓게 되었다고. 4만원이 들어있는 통장과 150만원의 카드빛 청구서도 함께...

더이상 이성적일 수가 없게된다.

 

 

(정의에서 나오는 분노가 진정 더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작은 씨앗이길 바란다.)

 

<도가니>로 너무나도 유명해진 공지영 작가의 첫 르포르타주 <의자놀이>

몇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꾸 책 표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만큼 <의자놀이>에 적혀진 내용들이 한장 한장 충격이고 아픔이고, 고통이자 슬픔이였다.

(차라리 소설이었더라면...)

 

동시대에 살아가면서 동시대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살아왔는지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임에도 심지어는 몇 개월전의 일임에도 나는 무관심했고, 외면했다.

그간 수없이 쏟아지는 사건·사고뉴스에 따른 피로감이 조금만 사건이 복잡해지려하면 리모콘을 잡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부끄럽다.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공유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지금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2009년의 쌍용자동차 2,646명의 정리해고 발표.(이날은 어버이 날이다. 5월 8일)

비극은 시작되었다. 해고 대상자 뿐만 아니라 대상자가 아닌 동료까지 갖은 스트레스 속에 병들고 심지어는 죽음을 맞이해야했던 그런 비극들...(현재까지도 많은 분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의자놀이>는 77일간의 옥쇄파업을 통해 겪게 된 슬픈 우리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보여준다고 하긴엔 너무 가슴이 아프다.) 살아도 '죽은 자'가 되어버린 노동자들...사측의 갖은 협박과 회유 그리고 용역업체와의 충돌 심지어는 공권력과의 마찰(?)로 인해 상상할 수도 없는 힘듦을 담고 있다.

 

기업에서 해고를 하면 종종 노동자들의 파업을 하게된다. 그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은 냉담하기만 하다. 대기업의 노동자가 그렇다고 방송에 나오면 더욱 눈살을 찌뿌린다. 쌍용자동차의 노동자 또한 그런 곱지않은 눈초리 속에 하루 하루를 버텨왔고, 버티고 있는지 모른다.

 

 

단순히 사측과 노동자간의 문제만으로 보기엔 이번 쌍용자동차의 문제는 달라보인다.

<의자놀이>속에서 보여준 상대는 유령과 같은 존재들이다. (차라리 '삼성=이건희','현대=정몽구'처럼 '쌍용자동차=000'이라는 도식처럼 싸울 대상자가 명확했더라면 22명의 희생자나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쌍용자동자는 IMF 외환위기로 대우자동차에 매각되나 대우 그룹의 해체로 상하이차로 다시 매각된다. 상하이차는 우리의 기술을 빼내가겠다는 투철한 목적(?)만을 가진 채 기회만 엿보다가(목적 달성에 대해선 알 수 없다.) 인도의 마힌드라사에게 또다시 매각한다. 잦은 소유주의 변경으로 노동자들은 희생자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갖게 되고, 뚜렷한 상대없는 투쟁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최근 흑자로 돌아섰다는 뉴스를 들었음에도 그들이 다시 복직되었다는 소식은 들지 못했다.

또한 정치적 이슈가 있는 올해, 그들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보이는 영향있는 분들(?)도 많아보이지 않는다.

(이건 단순한 노사간의 문제가 아닌데...정말이지 아닌데..)

 

다소 200여장밖에 안되는 비교적 얇은 책이지만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상당히 강렬하다.

"함께 살자, 함께!"라는 메시지는 쌍용자동차의 해고 노동자의 외침이자, 이미 고인이 되신 22명의 마지막 바람인 것 처럼 들린다. 더불어 자신의 재능 기부를 통해 진정 함께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의자놀이>가 작은 씨앗이 되기를 희망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정말 힘든 일일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또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라는 나의 아이디가 오늘따라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